『기세경』
K0660
T0024
제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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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경 열람은 위 부분을 참조해주십시오.
『기세경』 ♣0660-002♧
제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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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起世經卷第二
K0660
기세경 제2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등 한역
2. 울단월주품 ②
“비구들아,
울단월 사람들의 머리카락은 감청색이며
길이는 여덟 손가락의 길이와 같다.
사람은 모두 동일한 종류이고,
같은 모양에 같은 빛깔이며,
다른 모양이나 빛깔이 없지만 그 차이는 알 수 있다.
비구들아,
울단월 사람들은 모두 옷을 입고 있어서 알몸이나 반쯤 발가벗은 이도 없다.
친하고 소원하기가 평등하여 좋아하거나 싫어함이 없다.
치아가 한결같이 가지런하고 촘촘하여 모자라거나 성글지도 않으며,
아름답고 묘하고 깨끗하고 빛깔의 희기가 흰 마노와 같아서 선명하고 사랑할 만하다.
비구들아,
울단월 사람들이 만약 굶주리거나 목이 말라서 음식이 필요할 때에는 곧 스스로 거두어 가진다.
밭을 갈거나 파종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루어진 멥쌀은 깨끗하고 새하얗고 겨가 없다.
멥쌀을 가져다가 돈지(敦持) 과일 가운데 담아 놓고,
다시 불 구슬[火珠]을 가져다가 돈지 아래에 놓으면,
중생의 복의 힘으로 불 구슬에서 그때 홀연히 불꽃이 나온다.
그리하여 음식이 익으면 불꽃은 다시 저절로 없어진다.
그 사람은,
밥이 되어 먹으려 할 때는 그릇에 차려서 자리에 나아가 앉는다.
그때 만약 사방에서 사람들이 와서 같이 먹으려고 한다면,
그 사람들을 위한 밥을 모두 차린다 하여도 밥은 끝까지 없어지지 않으며,
밥먹는 사람이 자리에 앉아 먹을 때 미처 다 먹지 않으면 차려진 밥 그릇은 언제나 가득 차 있다.
그 사람들이 이 겨도 없고 저절로 이루어진 멥쌀로 지은 밥을 먹을 때는 깨끗하여 향그럽고 맛있으며,
여러 가지 맛이 갖추어져서 국이 필요하지 않다.
그 밥의 모양과 빛은 마치 여러 하늘들의 소타(蘇陀)의 맛과 같으며,
또 꽃 무더기가 깨끗하고 선명한 것과 같다.
그 사람들이 다 먹고 나면 온몸이 가득 차서 줄어짐이 없고 모자람도 없으며,
편안하고 달라지지 않으며,
늙음이 없고 변하지 않으니,
이 밥은 그 사람들까지 돕고 이롭게 하며,
모습과 힘을 편안히 하고 고르게 함을 두루 갖추지 않은 것이 없다.
비구들아,
울단월 사람들이 만약 여인에게 음욕심이 날 때는,
마음에 사랑하는 바를 따라 눈을 돌려 상대를 살펴본다.
그 여인이 정을 알아차리고 따라오면,
그 사람은 데리고 가서 나무 아래 이르는데,
데리고 온 여인이 만약 이 사람의 이모의 딸들이거나 친척과 같은 자라면
나뭇가지는 그대로 있으면서 그들을 위하여 아래로 드리워지지 않고,
또 그 잎들은 때맞추어 시들고 말라서 떨어져 서로를 덮어 주지 않고,
꽃과 열매도 내지 않으며,
그들을 위하여 침상과 침구를 펴서 내 주지도 않는다.
만약 이모의 딸들이 아니면,
나무는 곧 가지를 낮추어 드리우고 덮어 주며,
가지와 잎이 무성해지고 꽃과 과일이 한창 물오르며,
또한 그 사람들을 위하여 백천 가지의 침상과 침구를 펴 준다.
그러면 함께 서로 이끌고 나무 아래 들어가서 뜻대로 즐기고 쾌락을 누린다.
비구들아,
울단월 사람들은 모태에 단 7일만 머무르며 8일째가 되면 태어난다.
그 어머니는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가 아들이든 딸이든 모두 네거리길 가운데 데려다 놓고 버리고 떠나간다.
그 길에서 동ㆍ서ㆍ남ㆍ북으로 행인이 오가다가 이 남자나 여자 아기를 보고 가엾은 생각을 내어 기르기 위하여 각각 손가락을 그 입 속에 넣는다.
그러면 그 손가락 끝에서 저절로 아주 묘하고 달고 단 젖이 흘러 나와 그 남자나 여자 아기를 먹여서 그들을 온전하게 살 수 있게 한다.
이렇게 하여 젖을 먹인 지 7일이 지나면 그 남녀들은 곧 저절로 동일한 빛깔의 몸으로 이루어져서 그곳에서 오래전부터 살고 있던 사람들과 모습이나 몸집이 다를 바 없게 되는데,
남자는 곧 남자들을 따르고 여자는 곧 여자들을 좇아서 각각 짝을 지어 서로 따라 한다.
비구들아,
울단월 사람들은 수명이 일정하여 중간에 죽는 일이 없다.
목숨을 마치면 모두가 위에 가서 나게 된다.
무슨 인연으로 울단월 사람들은 이 일정한 수명을 얻어 숨을 마치면 모두 다시 위에 가서 나는가?
비구들아,
세간의 혹 어떤 사람이 오로지 살생과 도둑질과 삿된 음행과 거짓말과 이간질과 욕설과 꾸며대는 말과 탐욕과 성냄과 삿된 소견 등만을 일삼으면 이 인연 때문에 몸이 무너져 목숨을 마친 뒤 나쁜 길에 떨어져 지옥 에 나게 된다.
혹 어떤 사람이 살생한 적이 없고,
남의 물건을 훔친 적이 없고 삿된 음행을 하지 않았고,
거짓말 하지 않았으며 이간질하지 않았고,
욕설하지 않았고 꾸며대는 말을 하지 않았고,
탐내지 않고 성내지 않았으며 삿된 소견을 낸 적이 없으면 이 인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 착한 길을 향하여 가서 사람과 하늘 가운데 나게 된다.
어떤 인연으로 아래에 가서 나는가 하면 그 살생과 삿된 소견들 때문이고,
어떤 인연으로 위에 가서 나는가 하면,
살생하지 않은 것과 바른 소견들 때문이다.
혹은 또 어떤 사람이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이제 열 가지 선을 행하여야겠다.
이 인연으로 나의 몸이 무너질 때는 마땅히 울단월 안에 가서 나고,
그곳에 나서는 천 년을 살되 더하거나 덜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은 이와 같이 원을 세운 뒤에 열 가지 선업을 행하고,
몸이 무너지면 울달월에 나게 되는데,
그곳에서 다시 일정한 수명을 얻어 천 년을 채우되 더하거나 덜하지도 않게 된다.
비구들아,
이 인연 때문에 울단월 사람들은 일정한 수명을 얻는 것이다.
비구들아,
어떤 인연(因緣)으로 모두가 위에 가서 나게 되는가?
비구들아,
염부주 사람은 다른 가장자리에서 열 가지 선한 업을 받는다.
그 때문에 목숨을 마치면 곧 울단월 세계에 가서 나게 되는데,
울단월 사람은 그 본래부터 열 가지 선한 업을 모두 지니고 있어 울단월 안에서 법다운 행을 하니,
그 때문에 몸이 무너져 목숨을 마치면 모두가 마땅히 여러 하늘의 좋은 곳에 올라가 나게 된다.
비구들아,
이 인연 때문에 울단월 사람들은 훌륭한 곳에 올라가 나는 것이다.
비구들아,
울단월 사람은 목숨과 행을 다 마치고 죽을 때,
근심하며 그리워하거나 구슬프게 통곡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며,
오직 함께 죽은 이를 메어서 네거리 길 가운데 버려 두고는 떠나가 버린다.
비구들아,
울단월 사람들에게는 이와 같은 법이 있다.
만약 중생들의 목숨이 다하면,
우승가마(憂承伽摩)[수(隋)나라 말로는 고서(高逝)라고 한다]라는 새 한 마리가 큰 산으로부터 날아와서 죽은 사람의 머리카락을 물고,
그 시체를 가져다 다른 섬[洲]의 물가[渚]에 던져 놓는다.
왜냐 하면 울달원 사람들은 업과 행이 깨끗하여,
정결한 것을 즐기고 뜻의 기쁨[意喜]을 좋아하기 때문에 바람이 더러운 기운을 그 장소로 불어서 닿게 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비구들아,
울단월 사람들이 대소변을 누려 할 때는 그 사람을 위하여 땅이 벌어지고,
대소변이 끝나면 땅이 예전처럼 합해진다.
왜냐 하면 울단월 사람은 깨끗함을 즐기고 뜻의 기쁨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다음에 그곳은 어떤 인연이 있어서 울단월주라고 불리게 되었는가 하면,
비구들아,
그 울단월주는 4천하 가운데서 다른 세 개의 주(洲)에 비하여 가장 으뜸가고,
가장 묘하며,
가장 높고 가장 훌륭하기 때문에 그 주를 말하여 울단월이라고 한 것이다.[울단월의 바른 음은 울달라구류(鬱恒羅究溜)이며,
수나라 말로는 고상(高上)이라고 하는데,
다른 곳보다 높고 으뜸가는 것을 일컬어서 부른 말이다.]”
3. 전륜성왕품(轉輪聖王品)
“비구들아,
염부주 안에서 전륜성왕이 세간에 출현할 때에 이 염부주는 일곱 가지 상서로운 보물이 자연스럽게 갖추어지고,
전륜왕 몸에는 다시 네 가지 신통과 덕의 힘이 나타난다.
무엇이 일곱 가지 보물인가 하면,
첫째는 금륜보(金輪寶),
둘째는 백상보(白象寶),
셋째는 감마보(紺馬寶),
넷째는 신주보(神珠寶),
다섯째는 옥녀보(玉女寶),
여섯째는 주장신보(主藏臣寶),
일곱째는 병장보(兵將寶)이니,
이것이 일곱 가지 보물이다.
비구들아,
전륜성왕에게 윤보(輪寶)가 갖추어졌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비구들아,
전륜성왕이 염부주에 나와 관정 즉위식을 한 찰리주(刹利主)가 되고서 15일날 달이 차고 재(齋)를 받드는 새벽에 목욕을 깨끗이 하고,
다듬이질하지 않은 흰 모직물로 의복을 지어 입고,
머리를 풀어내려 드리우고,
마니와 여러 영락으로 꾸미고,
누각 위에서 친족들과 신하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있으면,
이때 왕 앞에 금륜보가 홀연히 나타나서 다가온다.
금륜의 지름은 7주(肘)며,
천 개의 바퀴살과 바퀴통과 바퀴테의 여러 가지 모양을 원만하게 갖추었는데,
이것들은 모두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지 공장장이 만든 것이 아니다.
그때 관정의식을 한 찰리 전륜성왕은 곧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옛날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만약 관정의식을 한 찰리왕이 15일날 달이 차고 재를 받드는 새벽에 목욕을 깨끗이 하고 다듬이질하지 않은 흰 모직물 의복과 여러 영락으로 몸을 꾸미고,
누각 위에서 친족들과 신하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있으면,
이때 왕 앞에 홀연히 천 개의 바퀴살과 바퀴통과 바퀴테의 여러 모양을 원만히 갖춘 하늘의 금륜보가 자연히 나타나서 다가오는데,
이런 모양은 공장장이가 만든 것이 아니다.
금륜의 지름은 7주요,
안팎이 금빛이며,
이런 상서를 얻으면 그때 그는 곧 전륜왕의 덕을 이룩한다.〉
내가 지금 이것을 얻었으니 역시 틀림없는 전륜성왕이로다.’
그때 정수리에 물을 부은 찰리 전륜성왕은 저 하늘 윤보를 시험할 뜻으로 짐짓 칙령을 내려 네 가지 병력을 엄히 비치하였으니,
이른바 상병(象兵)ㆍ마병(馬兵)ㆍ거병(車兵)ㆍ보병(步兵)이다.
네 가지 병력을 엄히 비치한 뒤에,
왕은 곧 하늘 금륜에게 나아가 오른 어깨를 벗어 메고,
금륜 앞에서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그의 오른손을 펴서 윤보를 더듬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 하늘의 윤보여,
내 몸이 틀림없는 전륜왕이라면 아직 항복받지 못한 곳을 나를 위하여 항복시켜라.’
그 하늘 윤보는 소리에 응하여 곧 구르나니,
아직 항복받지 못한 것을 항복받기 위해서다.
비구들아,
이때 정수리에 물을 부은 찰리왕이,
이 윤보가 이렇게 구른 것을 보고 나서 즉시 수레를 화려하게 차리도록 명하여 동방을 향하여 가면,
이에 윤보와 네 가지 병력은 일시에 모두 따른다.
비구들아,
윤보의 앞에 다시 사대천왕[四大天身]이 몸소 인도하여 가는데,
그 하늘 윤보가 이르러 머무르는 곳이면,
어디라도 전륜성왕과 네 가지 병력도 모두 그곳에 머물러 묵는다.
그때 동방의 일체 국토의 모든 왕들은 저마다 금 그릇에는 은 곡식을,
은 그릇에는 금 곡식을 가득히 담아서 모두 같이 받들고 전륜왕 앞에 나아가 이렇게 아뢴다.
‘천왕이시여,
참으로 잘 오셨습니다.
이제 물건을 받들어 바치오니,
이것은 천왕의 것입니다.
동방의 인민들은 넉넉하고 즐거우며 안온하여 두려워하는 바가 없고,
백성들의 숫자는 매우 많으며 지극히 사랑하고 즐길 만합니다.
원하옵나니,
큰 천왕께서는 가엾게 여기셔서 받아들여 주소서.
신 등의 하찮은 왕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신 등은 오늘 천왕을 한마음으로 섬기고 받들되,
두 마음을 품지 않겠습니다.’
그때 윤왕은 여러 왕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의 정성스런 마음이 그와 같다면,
그대들은 저마다 자신의 경계에서 법답게 다스리고 교화하여 뭇 생명들을 섭양(攝養)할 것이요,
나라 안에 법답지 못한 법이 머물지 않게 하라.
왜냐 하면 그대들이 만약 우리 나라 안에서 그릇된 법과 나쁜 일이 나타나고 유행되게 하면,
나는 그대의 죄를 남김없이 다스릴 것이다.
이제 그대들에게 가르치니,
몸소 살생을 끊고 인민들에게도 살생하지 말도록 가르치며,
주지 않으면 갖지 말고,
삿된 음행과 거짓말이며,
나아가 삿된 소견에 이르기까지 모두 하지 말아야 한다.
그대들이 만약 살생을 끊고 인민들에게도 살생하지 않도록 가르치고,
주지 않는 물건은 갖지 않고 삿된 음행을 하지 않으며,
진실된 말과 바른 소견을 능히 지닌다면 나는 곧 그대들 여러 왕이 나라를 합치고,
항복한 줄 믿고 알리라.’
그때 동방 여러 나라 왕들은 전륜왕의 이와 같은 경계와 칙명을 듣고,
일시에 모두가 열 가지 선한 업행을 받는다.
받은 뒤에는 지켜 받들며,
각 국토에서 법답게 다스리고 교화한다.
전륜성왕의 자재로운 힘 때문에 향하여 가는 곳이면 윤보도 따라서 가는데,
이렇게 성왕과 하늘 금륜보는 동방의 모든 나라를 항복하고,
동쪽 해안을 끝까지 두루 노닐며 다닌다.
그런 뒤에야 돌아와서 차례로 남방,
서방,
북방까지 순찰하는데,
옛날 전륜성왕이 다녔던 길을 의지하여 인도하며 지난다.
전륜성왕과 네 가지 병력이 차례로 다닐 때는 그 앞에 사대천왕이 윤보를 앞서 다니는데,
만약 이 윤보가 머무르는 곳이면 그 방면을 따라 전륜성왕과 네 가지 병력도 모두 함께 머문다.
그 때,
북방의 일체 국토에 있는 여러 왕들도 역시 저마다 하늘의 진금 (眞金) 그릇에 은 곡식을 가득 담고,
하늘의 진은(眞銀) 그릇에 금 곡식을 가득 담아서 모두 함께 전륜왕에게 나아가 이르러서 무릎을 끓고 이렇게 아뢴다.
‘잘 오셨습니다,
천왕이시여.
잘 오셨습니다,
천왕이시여.
저희들 북방은 천왕의 가피력을 입어 인민들의 숫자가 매우 많고 넉넉하고 즐거우며,
안온하여 그 어떤 두려움도 없고,
참으로 사랑하고 즐길 만합니다.
원컨대 천왕께서는 여기에 머무시며 베풀어 행하시고 다스리며 교화하소서.
신 등은 순종하여 따르겠으니 감히 두 마음을 품지 않겠습니다.’
그때 전륜왕은 여러 왕에게 칙명을 내린다.
‘만약 그러할 수 있다면,
그대들은 각각 자신의 경계에서 다스리고 교화하되 한결같이 교명(敎命)에 의지해야 하리니,
나라 지경에서 법답지 않은 일이 일어나게 하지 말라.
왜냐 하면 만약 나의 경계에서 그릇된 법을 하는 사람과 여러 나쁜 행이 있게 되면 나는 그대를 다스릴 것이기 때문이다.
또다시 그대들은 스스로도 살생하지 말고 인민들에게도 살생하지 말도록 가르쳐야 하며,
주지 않으면 가지지 말고,
삿된 음행과 거짓말과 나아가 삿된 소견에 이르기까지 그대들은 모두 끊어야 한다.
만약 살생을 여의고,
나아가 자신과 남에 이르기까지 바른 소견을 닦아 행하며,
이렇게 할 수 있다면,
나는 그대들의 국토가 이미 잘 항복한 줄 믿고 알 것이다.’
그때 여러 왕들이 한결같은 목소리로 이렇게 아뢴다.
‘천왕께서 경계하고 칙명을 내리신 대로 신 등은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그때 북방의 여러 국왕들은 전륜왕의 이와 같은 경계와 칙명을 듣고,
각각 열 가지 선한 업과 행을 받들어 지킨다.
받은 뒤에 받들어 지니며,
모두 법답게 지키도록 하고 각각의 국토에서 법률에 의지하여 다스리고 교화한다.
전륜성왕의 자재로운 힘 때문에 가는 곳이면 윤보도 따라가며,
이 금륜보가 이렇게 차례로 북방을 항복시키고,
북방의 바다를 다 돌아서 그곳에 있는 모든 나라를 두루 거친 뒤에 본래의 처소로 돌아온다.
그때 윤보는 염부제 안에서 으뜸가는 위덕과 형상이 훌륭하며 아주 미묘한 땅을 선택하여 그 위에 머무르는데,
동서의 경도(經度)는 너비 7유순이고,
남북의 규획(規劃)은 12유순이니,
이와 같은 규획과 경도로 경계를 삼는다.
그때 여러 하늘은 곧 그 밤에 공중에서 내려와 전륜왕을 위하여 궁전을 세우는데 즉시 이루어진다.
성을 다 완성한 뒤에는 묘한 빛깔로 단정하고 엄숙하게 꾸미는데,
이른바 하늘 금과 하늘 은과 파리와 유리의 네 가지 보석으로 치장한다.
이 금륜보는 성왕을 위하여 궁전 안의 문 위 공중에 의연하게 머물러 있는데,
마치 바퀴에 굴대가 있어서 흔들리거나 움직이지 않는 것과 같다.
전륜성왕은 이때에 크게 기뻐하며 한량없이 기쁨에 겨워하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이제 이미 금륜보를 얻었구나.’
비구들아,
전륜성왕에게는 이와 같은 하늘 금륜보가 있는데,
저절로 갖추어지는 것이다.
비구들아,
전륜성왕에게는 다시 어떠한 백색 상보(象寶)가 있으며 두루 갖추어졌는가?
비구들아,
이 전륜왕이 날의 초분(初分)에 정전(正殿)에 앉았을 때,
곧 왕 앞에 오포사타(烏逋沙他)[수(隋)나라 말로 결제(潔齊)라고 한다.]라는 상보가 나타나서 다가온다.
형체는 훌륭하며 묘하며 그 빛깔은 순수하게 희어서 마치 구물두꽃과 같으며,
7지(支)로 땅을 딛는다.
큰 신통력이 있어 공중을 타고 다니며,
머리 빛깔은 붉은 것이 마치 인다라구파가 벌레와 같으며,
여섯 개의 어금니를 갖추었는데 모두 가늘고 날카로우며,
하나하나의 어금니 위마다 온갖 장엄을 갖추었고 여러 빛깔로 박아 넣어졌으니,
마치 금 곡식과 같다.
전륜성왕은 상보를 보고 이렇게 생각한다.
‘백상이 비록 나타나기는 하였지만 길들여야 할 때를 모르겠다.
모든 일을 감수해 낼 수 있고 현명한 탈 것[乘]이 될까?’
그때 상보는 하루 사이에 잘 조복되어 온갖 일 가운데서도 타거나 부릴 만하게 된다.
마치 다른 코끼리가 한량없는 천 년의 세월을 다하여야 조복이 되어 단정 엄숙하고 어질고 선하며 뜻에 맞게 순종하는 것과 같으니,
정말로 그러하여 이 백상보는 하루 만에 잠깐 길들여져서 여러 가지 일을 감당해 내는 것도 그와 같다.
그때 전륜왕은 상보를 시험하기 위하여 그 새벽 해가 막 돋을 때 이 상보를 타고 두루 돌며 순찰하고 여러 해안과 대지의 끝까지 모조리 가서 닿는다.
그렇게 두루 돈 뒤에 이 전륜왕은 본래 궁전으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는다.
이 인연으로 그 왕은 그때 내심 스스로 경사스럽게 생각하여 기쁨에 겨워 생각한다.
‘나를 위하여 짐짓 이와 같은 상보가 생겼구나.’
비구들아,
전륜성왕은 이와 같은 백색 상보가 있으며 저절로 갖추어지는 것이다.
비구들아,
어떤 것을 전륜성왕의 마보(馬寶)가 구족하다고 하는가?
비구들아,
이 전륜왕이 날의 초분에 정전에 앉으면 파라하(婆羅訶)[수나라 말로 장모(長毛)라고 한다.]라는 감마보가 나온다.
빛깔은 푸르고 몸은 윤이 나며,
털과 꼬리는 반지르르 하며,
머리는 검고 갈기는 풀어 헤쳐졌고 신통력이 있으며 허공을 타고 다닌다.
그때 전륜왕은 마보를 보고 이렇게 생각한다.
‘이 마보가 비록 나타나기는 하였지만 길들였을 때 모든 일을 감수할 수 있는지,
나를 위하여 좋은 탈 것이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이때 마보는 하루 사이에 잘 길들여져서 모든 일을 감당해 내니,
마치 다른 말이 한량없는 천 년의 세월이 걸려서야 완전히 길들여져 어질고 착하게 익숙해진 것과 같으니,
정말로 그러하여 이 말을 길들였을 때에도 하루만에 온갖 모든 일을 감당하여 받아서 행하였으니,
역시 그와 같다.
그때 전륜왕이 마보를 시험하려고 그날 이른 아침에 해가 막 돋을 때 이 마보를 타고 대지를 두루 지나고서 본래의 궁전으로 돌아와서야 전륜성왕은 비로소 밥을 먹었다.
이 인연으로 크게 기뻐하며 한량없이 기쁨에 겨워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제 감마보를 얻었구나.’
비구들아.
전륜성왕에게는 이와 같은 마보가 있어서 갖추어지는 것이다.
비구들아,
어떤 것을 전륜성왕에게 주보(珠寶)가 갖추어졌다고 하는가?
비구들아,
전륜성왕에게 마니보가 있는데,
비유리(毘琉璃)색이며,
여덟 모를 갖추었고 기술자가 만든 것이 아니며,
단정하고 엄숙하고 특히 미묘하며 저절로 청정한 광명이 흘러 나온다.
그때 전륜왕은 주보를 보고서 이렇게 생각한다.
‘이 마니보는 여러 특징을 완전하게 갖추었다.
나는 이제 궁전 안에 걸어 놓고 광명이 나타나게 하리라.’
그때 전륜왕은 이 마니보를 시험하려고 일부러 상병ㆍ마병ㆍ거병과 보병 네 가지 병력을 엄히 비치한다.
네 가지 병력을 갖춘 뒤에,
곧 밤중에 하늘에서는 이슬비가 내리고 겹 구름이 몰려와 칠흑같이 어두우며,
번개가 칠 때에 전륜성왕은 이 주보를 가져다 당(幢) 위에 달아 놓고 동산으로 나아가 노닌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유람하면서 주보의 덕을 시험해 보고자 하기 때문이다.
비구들아,
이 마니보는 높은 당 위에서 널리 4방을 비추고,
네 가지 병력도 모두 환하게 밝히며,
광명이 두루한 것이 마치 해가 세상을 비추는 것과 같다.
그때 그 땅에 있던 모든 바라문과 거사들이 한결같이 ‘날이 밝았다.
햇빛이 벌써 나왔다’고 하고,
함께 놀라서 일어나며 온갖 일들을 시작한다.
이 인연으로 전륜성왕은 크게 기쁨을 누리고 한량없이 기쁨에 겨워 하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이 보석이 나를 위하여 나왔구나.’
비구들아,
전륜성왕은 이와 같은 주보를 갖추고 있다.
비구들아,
어떤 것을 전륜성왕에게 여보(女寶)가 갖추어져 있다고 하는가?
비구들아.
전륜왕이 세상에 나오면 여보가 태어나는데 퉁퉁하지도 않고 가늘지도 않으며,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고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으며,
가장 훌륭하고 가장 묘하며 거동이 아름답고도 고우니,
갖춰야 할 용모를 완전히 갖추어서 사람들에게 보이면 바라 보기를 즐기되 싫증 내지 않는다.
또 이 여보는 더울 때는 몸이 시원하고 추울 때는 몸이 따뜻하며,
그 몸 에서는 마치 전단과 같은 묘한 향기를 풍기고,
입에서는 우발라(優鉢羅)향이 언제나 풍겨 나온다.
윤왕을 위하여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며,
애써 삼가고 공경하며,
어떤 일을 하든지 왕의 마음을 어기지 않는다.
이 여인의 뜻에도 오히려 악한 생각이 없거늘 하물며 그 몸과 입에서 과실이 있겠는가.
이 인연으로 전륜성왕은 크게 기쁨을 누리고 한량없이 기쁨에 겨워 하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이는 이미 나를 위하여 여보가 태어난 것이 아니겠는가.’
비구들아,
전륜성왕은 이와 같은 여보를 갖추고 있다.
비구들아,
어떤 것이 전륜성왕의 주장신보(主藏臣寶)이며,
위력을 갖추었다고 하는가?
비구들아,
전륜왕이 세상에 나오면 주장신보가 태어나는데 큰 부자로서 재산이 넉넉하고,
많은 공덕이 있으며,
과보로 하늘 눈을 얻어 땅 속에 주인이 있거나 주인이 없는 온갖 깊이 감추어진 것을 환히 꿰뚫어 보아서 모두 그의 눈으로 감정하여 식별한다.
물이거나 뭍이거나 멀거나 가깝거나 간에 그 속에 들어 있는 진기한 보물이면,
이 주장신이 모두 보호하며 법답게 지키고 감시하여 훼손되거나 잃어버리지 않게 하며,
주인 없는 물건은 즉시 거두어서 윤왕이 필요한 만큼 받아 쓰게 한다.
그때 주장신은 스스로 전륜왕에게 나아가서 이렇게 아뢴다.
‘크게 거룩하신 천왕이시여,
만약 천왕께서 필요하신 재산이나 보물이 있으면,
오직 원하옵나니 근심하지 마옵소서.
신의 힘으로 능히 마련하여 천왕께 필요한 것은 모두 갖추게 하겠나이다.’
그때 전륜왕은 주장신보를 시험하고자 하여 배를 타고 물에 들어가 강 중턱에서 장신에게 칙명하였다.
‘그대 장신은 오라.
나에게 필요한 재보를 속히 완전히 갖추어 놓아라.
속히 완전히 갖추어야 한다.’
장신은 아뢰었다.
‘원하옵나니 크신 천왕이시여,
신에게 잠깐 동안의 겨를을 주소서.
배가 둑에 닿기를 기다렸다가 물 곁에서 재보를 거두어 천왕께서 쓰시도록 바치겠습니다.’
왕은 장신에게 말한다.
‘지금 나에게는 둑 위의 재물이 필요치 않다.
다만 여기서 나를 위하여 마련할지니라.’
장신이 아뢰었다.
‘삼가 천왕의 칙명을 받들겠사오며 감히 어기지 않겠습니다.’
그때 장신이 왕의 칙명을 받고는,
오른 소매를 벗어 메고 오른 무릎을 배에 대고,
손으로 큰 물을 휘저으니 손가락이 마치 게와 자라같이 되어서 금은을 움켜쥐어 여러 그릇 안에 가득히 채워 이 배 위에서 가져다가 받들어 바치면서 이렇게 아뢰었다.
‘이 여러 금은은 모두 하늘의 보물입니다.
하늘은 이 물건을 왕에게 바쳤으니 재물로 쓰시옵소서.’
그때 전륜왕이 장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재물이 필요 없다.
그저 그대를 시험했을 뿐이다.’
그때 주장신은 왕의 말을 듣고,
도로 금은을 거두어 물 속에 넣어 둔다.
이 인연으로 전륜성왕은 크게 기쁨을 누리고 한량없이 기쁨에 겨워 하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이제 이미 장신보를 얻었구나.’
비구들아,
전륜성왕은 이와 같은 장신을 갖추고 있다.
비구들아,
어떤 것이 전륜성왕의 주병신보(主兵臣寶)이고,
위력을 갖추었다고 하는가?
비구들아,
전륜왕의 복과 덕의 힘으로 말미암아 저절로 병장보(兵將寶)가 출생하는데,
지혜가 교묘하고 재능이 많으며 여러 가지 모책(謀策)에 능하고,
군기(軍機)를 환히 알고 신비스런 슬기를 이루고 있다.
전륜성왕이 필요로 하는 병력을 죄다 완전히 갖추었는데,
달리게 하면 달리고,
가게 하면 가고,
해산시키면 해산하고,
모으면 곧 모였다.
그때 병장보는 스스로 전륜왕에게 나아가서 이렇게 아뢴다.
‘왕께서 만약 병사를 가르치고 익히게 하며 부리셔야 한다면,
원하오니 걱정하지 마소서.
신이 왕을 위하여 병사와 말을 가르치고 익히게 해서 모두 왕의 마음대로 따르게 하겠습니다.’
그때 전륜왕은 이 주병보를 시험하려 하여,
곧 관청에 칙명하여 상병ㆍ마병ㆍ거병ㆍ보병의 네 가지 병력을 엄히 비치하게 하였다.
왕은 네 가지 병력이 모두 엄히 비치된 뒤에 병장보에게 말하였다.
‘그대 병장보는 오라.
나를 위하여 네 가지 병력을 모두 잘 다스려 따르게 하되,
잘 달리고 잘 가고 잘 모으고 잘 흩어지게 하라.
법답게 하되 거스리지 말라.’
그때 병장보는 전륜왕의 이와 같은 칙명을 듣고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삼가 천왕의 칙명을 받들어 신은 감히 어기지 않겠습니다.’
곧 네 가지 병력을 통솔하여 병장기를 장엄하고,
달리고 가고 모이고 흩어지는 것을 가르쳐서 왕의 칙명대로 달리게 하면 곧 달리고,
가게 하면 곧 가고,
모이게 하면 곧 모이고,
흩어지게 하면 곧 흩어지니,
마음먹은 대로 자재롭게 할 수 있었다.
이 인연으로 전륜성왕은 크게 기쁨을 내어 한량없이 기쁨에 겨워 하면서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이미 주병장보를 얻었구나.’
비구들아,
전륜성왕은 이와 같은 주병장보가 있으며 위력을 갖추고 있다.
비구들아,
만약 이와 같은 일곱 가지 보배가 나타나면,
그런 뒤라야 전륜성왕이란 이름을 얻는 것이다.
비구들아,
어떤 것을 전륜성왕이 네 가지 자재로운 신통을 갖추었다고 하는가?
비구들아,
전륜성왕의 수명은 아주 길며,
오래도록 세상에 머문다.
어느때 어느 세간에서도 이와 같이 평안하게 오래도록 사는 이로서,
전륜왕의 수명과 대등할 수 있는 인류는 없으니,
이것을 일러서 전륜성왕이 지니는 첫 번째 신통으로서 수명의 신통을 갖추는 것이라 한다.
다음에 비구들아,
전륜성왕이 받은 신체는 병이 적고 괴로움도 적으며 여러 가지 특징을 완전히 갖추었다.
그 배는 편편하고 원만하여 작지도 않고 크지도 않으며,
춥거나 더울 때와 차거나 따스할 때에도 그 때를 따라 적절하게 쾌적하며,
거동이 가볍고 음식이 잘 소화되어 평안하고도 즐겁다.
어느 때 어느 세간에서나,
세간에서 삶을 받은 이로서 병이 적고 괴로움이 적은 것이 이만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이것을 일러서 전륜성왕이 지니는 두 번째 신통으로서 몸과 기력의 신통을 갖추는 것이라 한다.
비구들아,
전륜성왕은 과보로 태어났기에 모습이 단정하고 자못 특이하여 항상 세간에서 그를 보기를 즐기되 싫증내지 않는다.
육신은 깨끗하고 위엄을 두루 갖추었으며,
가장 훌륭하고 가장 묘하여 짝할 이가 없다.
어느 때 어느 세간에서 인간 가운데 삶을 받은 이로서,
이렇게 단정하고 자못 특이하여 세간에서 보기를 즐기며 싫증 내지 않는 것이 전륜왕의 모습처럼 갖춘 이가 없으니,
이것을 일러서 전륜성왕이 지니는 세 번째 신통으로서 모습의 신통을 갖추는 것이라 한다.
다시 다음에 비구들아,
전륜성왕의 업력의 인연으로 큰 복의 과보를 지니고 있다.
세간의 온갖 자산이 넉넉하고,
진기한 뭇 보물을 모두 갖추고 있다.
어느 때 어느 세간에서 인간 가운데 삶을 받은 이로서,
이렇게 풍요롭고 안락이 자재하며,
재산ㆍ복장ㆍ완구를 비롯해 여러 가지 묘한 보물이 창고에 가득 찬 것으로 윤왕을 견줄 만한 이가 없으니,
이것을 일러서 전륜성왕이 지니는 네 번째 신통으로서 과보의 신통을 갖추는 것이라 한다.
비구들아,
만약 이와 같은 네 가지 신통을 갖추어 모자람이 없다면 그런 뒤에라야 전륜성왕이란 이름을 얻는 것이다.
비구들아,
또 이 복과 덕을 지닌 전륜성왕은 모든 인민들이 사랑하고 공경하나니,
마음으로 언제나 기뻐하고 좋아하여 마치 아들이 아버지를 사랑하듯 한다.
또 모든 인민들도 또한 윤왕이 가엾이 여겨서 뜻에 한결같이 자애롭게 기르고자 하니,
마치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듯 한다.
비구들아,
전륜성왕이 만일 어느 때라도 큰 보배 수레를 타고 궁을 나와 유람하거나 모든 승지(勝地)를 지나 숲이 우거진 동산에 이르면,
이때 일체 인민들이 모두 전륜성왕을 직접 보고 크게 기뻐하며 다 함께 한결같은 목소리로 마부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보시오,
착한 마부여.
제발 고삐를 잡고 여유 있게 천천히 가시오.
빨리 가지 않게 하오.
왜냐 하면 그대가 만약 수레를 몰고 천천히 느리게 나아가면,
우리들은 오랫동안 전륜성왕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 윤왕은 이 말을 듣고 역시 이렇게 마부에게 명을 내렸다.
‘착한 마부야,
천천히 느리게 걸어가라.
부디 빨리 가지 말아라.
왜냐 하면 네가 만약 수레를 몰고 찬찬하고 자상하게 차츰 나아가면,
나도 오랫동안 노닐고 지나면서 일체 인민들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구들아,
그때 모든 민중들은 윤왕을 보고 각각 지니고 있던 보물을 가지고 수레 앞에 무릎 끓고 윤왕에게 바치면서 이렇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백성들은 이제 이 물건을 천왕께 바칩니다.
이 물건은 천왕의 것이니,
부디 천왕은 받으셔서 뜻에 따라 쓰시옵소서.
무슨 까닭인가 하면 이와 같은 보물은 오직 천왕만이 쓰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구들아,
전륜성왕이 세상에 출현할 때 이 염부주는 깨끗하고 편편하며 바르고 가시가 없으며,
그리고 빽빽한 숲이나 언덕ㆍ구덩이ㆍ뒷간이며 온갖 더럽고 냄새 나는 곳의 부정한 것과 조약돌ㆍ기와 부스러기ㆍ모래와 염밭 등의 물건도 전혀 없으며,
금은의 일곱 가지 보석만이 있고,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으며,
절후가 고르고 알맞다.
비구들아,
또 전륜왕이 세상에 출현할 때 이 염부주는 저절로 8만의 도성과 읍이 두어지는데 오로지 즐거움만이 있을 뿐 그 어떤 두려움도 없다.
인민들의 숫자는 매우 많으며,
곡식은 넉넉하고,
마을들도 매우 많아져서 참으로 사랑하고 즐길 만하다.
비구들아,
또 전륜왕이 세상에 출현할 때 이 염부주 왕이 다스리는 마을과 성읍에는 집들이 처마를 잇고 마을이 연이어 들어서 있어 닭이 날아서 닿을만한 거리이며,
인민들은 안락하여 불가사의하다.
비구들아,
또 전륜왕이 세상에 출현할 때 이 염주부는 언제나 밤중에 아나파달다(阿那婆達多)못으로부터 커다란 구름 기운이 일어나서 염부주와 모든 산과 바다에 두루하니 이 때를 맞추어 비가 내린다.
또한 염부주에 두루하여 마치 우유를 짜는 정도의 시간에 비가 손가락 깊이로 내리는데,
그 물은 달고 맛있으며 여덟 가지 공덕을 갖추고 있다.
낮은 곳은 이내 가라앉으며 다시 물은 아래로 세차게 흘러 땅 속을 적시지만,
큰 물결은 나타나지 않는다.
밤 후분(後分)에 이르러 운무는 스러지고 맑고 시원한 바람이 큰 바다로부터 불어와 그 윤택함이 흘러 퍼져 염부주 인민들에게 닿으면 모두 편안하고 즐거워진다.
또 그 달고 윤택한 것은 이 염부주를 널리 비옥하게 만들며 좋고 선명하여 광택이 흐르게 만든다.
비유하자면,
세간에서 솜씨가 뛰어난 꽃다발 만드는 장인과 그의 제자가 꽃다발을 만든 뒤에 물을 뿌려서 꽃다발을 윤기 흐르게 하고 꽃의 빛깔을 산뜻하게 만드는 것처럼 이것도 그와 같다.
또 전륜왕이 세상에 출현할 때 이 염부주의 모든 토지는 저절로 비옥하고 무성하고 기름지게 된다.
마치 어떤 사람이 소유(蘇油)를 물건에 바르면 그 바탕이 아름답고 기름지고 윤이 나는 것처럼 이 또한 그와 같다.
비구들아,
전륜성왕은 출현한 뒤에 세상에서 아주 오래도록 머물며 한량없는 세월을 거치는데,
그 동안에 역시 인간 세상의 괴로운 느낌을 여러 가지로 느끼나니,
마치 연약한 장부는 그 몸이 유약하기 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먹은 뒤 운동과 할 일을 하여 조금의 고달픔과 느낌을 받고서야 비로소 소화가 되는 것과 같다.
그렇고 그러하여 그 전륜왕이 세상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삶과 죽음 가운데서 조금 괴로움을 느끼는 것도 역시 그와 같다.
비구들아,
전륜성왕이 목숨을 마칠 때 그 몸을 버리면 반드시 천상에 나는데,
삼십삼천과 같은 곳에 함께 난다.
비구들아,
전륜성왕이 목숨을 마치려 할 때에는 윤왕을 공양하기 위하여 허공에서 우발라꽃과 발두마꽃,
구물두꽃,
분타리꽃과 같은 갖가지 향기로운 꽃비가 저절로 두루 쏟아져 내린다.
또한 하늘의 침수(沈水) 가루와 다가라(多伽羅) 가루와 전단향 가루,
하늘 만다라(曼陀羅) 등의 갖가지 꽃들이 비오듯 쏟아지고,
다시 하늘 음악이 울리는데,
그 음은 미묘하며 악기를 타지 않아도 저절로 울린다.
또 여러 하늘들이 노래하고 찬탄하는 소리가 허공에 퍼지니,
이 전륜왕의 몸에 공양하여 복과 이로움을 짓기 위해서다.
비구들아,
그때 여보와 주장신보와 주병신보 등은 곧 갖가지 깨끗하고 묘한 향의 탕(湯)으로 윤왕의 몸을 씻는다.
향즙으로 씻은 뒤에 먼저 겁파사(劫波娑) 모직으로 속 몸을 싸고,
그런 뒤에야 다듬이질하지 않은 모직물 옷으로 위를 거듭 싼다.
다음 다시 더욱 묘하고 섬세한 모직물 5백 단(段)을 채워서 두 겹 모직물로 싼 위를 차례로 싸니,
싸고 맨 뒤에 다시 금관(金棺)을 가져다 소유를 가득 담고,
윤왕의 몸을 들어서 관에 넣는다.
또 은곽(銀槨)에 이 금관을 넣는데,
은곽에 넣은 뒤에 위로부터 아래로 못을 쳐 단단하게 한다.
또다시 온갖 향 나무를 모아 쌓아서 큰 더미를 이룬 뒤에 전륜왕의 몸을 화장한다.
화장을 마치면 그 타고 남은 뼈를 거두어서 네 길 가운데 전륜왕을 위하여 소투파(蘇偸婆)[수나라 말로 대취(大聚)라고 하며,
당(唐)나라 말로는 탑(塔)이라고 하는데 잘못 생략된 말이다.)]를 만드는데,
높이는 1유순이고,
너비는 반 유순이다.
여러 가지 빛깔로 꾸미고 금ㆍ은ㆍ유리와 파리의 네 가지 보석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소투파의 사방 담 둘레는 50유순이며,
일곱 겹의 담장과 일곱 겹의 난간이 있고,
그 밖에는 위와 같으므로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며,
나아가 여러 가지 새들이 각각 저절로 지저귀고 있다.
그때 그 여보와 주장보와 주병보 등은 전륜왕을 위하여 소투파를 짓고,
다 지은 후에 으뜸가고 묘한 공양거리를 마련하여 차려서 구걸하러 온 모든 이들에게는 갖가지로 이바지해 주니,
이른바 밥을 구하면 밥을 주고,
마실 것을 구하면 마실 것을 주고,
탈 것을 구하면 탈 것을 주고,
옷을 구하면 옷을 주고,
재물을 구하면 재물을 주고,
보물을 구하면 보물을 주는 등 온통 베풀어 주어서 모두 만족하게 한다.
비구들아,
전륜성왕이 목숨을 마친 뒤에 처음 7일을 지나면 윤보ㆍ상보ㆍ마보와 주보는 모두 저절로 숨어 없어져 나타나지 않고,
여보ㆍ주장보ㆍ주병장보 등도 모두 목숨을 마친다.
네 가지의 보석으로 이루어진 성도 차츰 변하여 벽돌과 흙으로 돌아가며,
모든 인민들도 모두 때를 따라 점차 줄어든다.
비구들아,
일체의 모든 행(行)은 유위(有爲)요,
무상한 것이니,
이렇게 달라져서 항상 머무름이 없고,
파괴되고 떠나고 흩어지며,
자재함을 얻지 못하니,
이 닳아 없어지는 법[磨滅法]은 잠깐 동안이라도 오래 멈추거나 머무르지 않는다.
비구들아,
유위인 모든 행을 버려야 하니,
멀리 떠나야 하고 싫어하고 미워하여야 하며,
속히 해탈의 도를 구해야만 한다.”
4. 지옥품(地獄品) ⓛ
“비구들아,
4대주(大洲)에 8만의 소주(小洲)와 여러 나머지 큰 산들과 수미산 밖에 따로 하나의 산이 있는데,
작가라(斫迦羅)[전대(前代)의 구역(舊譯)에서는 철위산이라 하였다.]라고 한다.
높이는 680만 유순이고,
세로와 너비도 680만 유순이며,
빽빽하고 단단하며 금강으로 이루어졌으므로 쉽게 파괴되지 않는다.
비구들아,
이 철위산 밖에 또 하나의 거대한 철위산이 있는데,
높이와 너비가 똑같으며 앞의 유순과 같다.
두 산 사이는 매우 어둡고 광명이 없으며 해와 달처럼 큰 위신과 큰 힘과 큰 덕을 지닌 것으로도 그곳을 비추어 광명을 보게 할 수 없다.
비구들아,
두 산 사이에는 8대지옥(大地獄)이 있으니,
무엇이 여덟인가?
이른바활(活)대지옥ㆍ흑(黑)대지옥ㆍ합(合)대지옥ㆍ규환(叫喚)대지옥ㆍ대규환(大叫喚)대지옥ㆍ열뇌(熱惱)대지옥ㆍ대열뇌(大熱惱)대지옥과 아비지(阿毘至)대지옥이다.
비구들아,
이 8대지옥은 각각 다시 열여섯의 소지옥이 둘레를 에워싸고 있어 권속들을 이루고 있다.
이 열여섯 지옥은 모조리 세로와 너비가 5백 유순인데,
열여섯 지옥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흑운사(黑雲沙)지옥,
분시니(糞屎泥)지옥,
오차(五叉)지옥,
기아(飢餓)지옥,
초갈(燋竭)지옥,
농혈(膿血)지옥,
일동부(一銅釜)지옥,
다동부(多銅釜)지옥,
철애(鐵磑)지옥,
함량(函量)지옥,
계(雞)지옥,
회하(灰河)지옥,
작절(斫截)지옥,
검엽(劒葉)지옥,
호랑(狐狼)지옥,
한빙(寒氷)지옥이다.
비구들아,
무슨 일 때문에 활대지옥이라 하는가?
비구들아,
이 활대지옥에 있는 중생으로서 나는 이거나 있는 이거나 나온 이거나 머무르는 이들의 손가락은 모두 저절로 쇠 손톱으로 되어 있어서 길면서도 가늘고 날카로워서 모두 다 창 끝과 같다.
그 중생들은 서로 보기만 하면 마음과 뜻이 흐려지고 어지러워지며,
마음이 흐려지고 어지러워지기 때문에 각기 쇠 손톱으로 자기 몸을 쥐어뜯어서 모조리 찢고 가른다.
혹은 스스로 몸을 찢는데 찢은 뒤에 다시 찢고 나아가 크게 찢어 버리며,
가른 뒤에 다시 가르고 나아가 크게 갈라 버리며,
쪼갠 뒤에 다시 쪼개고 나아가 크게 쪼개 버린다.
비구들아,
그 중생들은 제 몸을 찢고 가른 뒤에 이렇게 알게 된다.
‘나는 이제 상처를 입었다.
이제 나는 죽었다.’
그러나 업보 때문에 곧 이때 다시 찬바람이 그 몸에 불어온다.
그리하여 잠깐 동안에 다시 살아나는데,
몸과 가죽,
살이며,
힘줄,
뼈,
피와 골이 생겨나 도로 살아나며,
살아나서는 업력(業力) 인연으로 다시 사방에서 일어나 서로 이렇게 말한다.
‘너희 중생들아,
살아나려 원한들 나보다 낫겠느냐?
비구들아,
알아야 하리라.
이 동안의 것은 조금만을 말하여 짐짓 살아났다고 하였거니와,
그러나 여기에는 다시 따로 업이 있어서 몹시 무거운 고통을 받으니,
아프고 괴로우며 시달림을 당하고 온갖 고초를 겪으니 견디기가 어렵다.
…… 전생에 사람 몸이었거나 비인(非人)의 몸이었을 때 일으키고 지었던 악과 착하지 못한 업이 아직 다 없어지지 않았고,
아직 덜어 버리지 못하였으며,
아직 굴리지 못하였고,
아직 조금밖에 나타나지 못하였거나,
전부가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그 중간에 목숨의 과보가 아직 못 다하였으므로 죽으려 해도 죽을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다음에 비구들아,
활대지옥에 있는 중생으로서 나는 이거나 있는 이거나 …… 머무르는 이는 손가락에 다시 순전한 쇠 단도나 반쯤의 쇠 단도가 생겨나는데,
아주 길며 가늘고 날카롭다.
각각 서로 보기만 하면 마음과 뜻이 흐리고 어지러워지는데,
흐리고 어지러워지면 각각 쥐어뜯고 가르고 쪼개고 찢으며,
깨뜨리고 끊어서는 죽지만 차거운 바람이 불어오면 잠깐 동안에 되살아난다.
비구들아,
정말로 이러하니 조금 말한 까닭에 살아난다[活]고 하는 것이다.
비구들아,
다시 따로 업이 있으니 그 동안에 괴로움을 모조리 받지만 괴로움을 아직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죽으려 해도 죽지 못하는 것이다.
…… 옛날에 사람 몸이었거나 혹은 비인(非人)의 몸이 일으키고 지었던 악과 선하지 못한 업이 아직 없어지지 않았고 아직 덜어 버리지 못하였으며,
아직 여의지 않았으므로 이와 같은 모든 괴로움을 차례로 낱낱이 받는 것이다.
또 비구들아,
활대지옥의 모든 중생들은 한량없는 때에 괴로움의 업보가 다하여 이 지옥으로부터 나와서 이리저리 달아나 다시 다른 곳의 집과 방을 구하고 구호받을 곳을 구하고,
돌아가 의지할 곳을 구하지만,
이렇게 구할 때에 죄업 때문에 곧 스스로 흑운사(黑雲沙)소지옥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지옥의 세로와 너비는 5백 유순인데 지옥에 들어가면 위의 허공에서 큰 먹장구름이 일어나고 바람에 날린 모래들이 비처럼 쏟아지는데,
불길이 타오르며 엄청나게 맹렬한 연기가 뿜어 나오면서 지옥 중생들의 몸 위에 떨어진다.
그 불길이 살갗에 닿으면 살갗이 타고,
살에 닿으면 살이 타고,
힘줄에 닿으면 힘줄이 타고,
뼈에 닿으면 뼈가 타고,
골에 닿으면 골이 타고,
골수에 닿으면 골수가 탄다.
엄청나게 강한 연기와 불꽃을 내뿜으면서 환하게 비추며 활활 타오르니 지독한 괴로움을 받지만 그 괴로움의 업보가 아직 다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죽으려 해도 죽지 못하는 것이다.
…… 옛날에 사람이었거나 비인의 몸이면서 일으키고 지었던 악과 착하지 못한 업이 사라지거나 없어지지 않고 구르거나 변하지도 않고 떠나가거나 잃지도 않아서 차례로 받으면서 한량없는 시간을 지내는 것이다.
비구들아,
그 중생들이 이렇게 고통을 받으며 한량없는 시간을 낸 뒤에 흑운사지옥으로부터 나와서 다시 달아나며 집을 구하고 구호받을 곳을 구하고 숨을 곳을 구하고 돌아가 의지할 곳을 구하지만,
이렇게 구할 때 또다시 저절로 뜨거운 분시니(糞屎泥)소지옥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지옥도 너비가 5백 유순이다.
죄인이 들어가면 목구멍 아래 부분은 저절로 똥물 속에 있게 되는데 그 똥은 뜨겁게 끓어오르며 연기와 불꽃을 함께 내뿜으면서 그 죄인의 손발과 귀ㆍ코ㆍ머리ㆍ눈ㆍ몸뚱이를 태우는데,
일시에 불길에 태워 버린다.
…… 옛날에 사람이었거나 비인이면서 일으키고 지었던 악과 선하지 못한 업이 아직 다하거나 없어지지 않았고,
아직 덜어졌거나 굴리지 못하였으며 여의거나 잃지 않았으므로 차례로 받는 것이다.
또 비구들아,
분시니소지옥에는 쇠로 만들어진 벌레들이 있는데 침구(針口)라고 한다.
이 벌레들이 똥물 속에 있으면서 모든 중생들의 몸뚱이를 뚫어 모조리 구멍내고 찢어 놓는다.
먼저 그 살갗을 뚫어서 살갗이 찢어지면 다음에 살을 뚫으며,
살이 찢어지면 다음에 그 힘줄을 뚫고,
힘줄이 찢어지면 다음에 그 뼈를 뚫으며,
뼈가 찢어지면 골 속에 기생하면서 모든 중생들의 온갖 정수(精髓)를 먹어 그로 하여금 온몸에 심한 괴로움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 목숨 또한 끝나지 않으니 …… 이 사람의 악과 착하지 못한 업이 아직 없어지거나 다하지 못하였으므로 이렇게 모두 고통을 차례로 갖추어 받는 것이다.
비구들아,
그 지옥 안의 모든 중생들은 한량이 없는 시간 동안 고통을 받은 뒤에 분시니소지옥으로부터 나와 또다시 달아나면서 방을 구하고 집을 구하고 구호받을 곳을 구하고 섬[洲]을 구하고 돌아가 의지할 곳을 구하지만,
그때에 바로 오차(五叉)소지옥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 지옥도 너비가 5백 유순이다.
그 죄인들이 이 지옥 속에 들어가면,
때에 옥졸이 죄인을 잡아 가지고 높이 들어 올려서 때려 눕힌 뒤에 활활 타는 뜨거운 쇠 땅 위에 붙박아 놓으니,
연기와 불꽃이 환히 일어나는 가운데 죄인은 그 속에서 기절하여 누워 버리고 만다.
옥졸은 이에 못 두 개를 그 두 다리에 박으니,
열기와 불꽃이 이글거리며,
또 못 두 개를 그의 두 손에 박아 넣으니 불꽃 또한 훨훨 타오른다.
또 배꼽 속에 쇠 못 하나를 내리치니 불꽃은 더욱 맹렬하게 타오른다.
옥졸은 이에 다시 작살 다섯 개로 그 5체(體)를 찢으니 지독한 고통은 더할 나위가 없으나 …… 그곳에서 목숨을 마치지 못하니,
악업이 아직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옛날 사람이었거나 비인의 몸이면서 지었던 온갖 악업을 이 지옥 안에서 차례로 받기 때문이다.
비구들아,
그곳의 중생들은 이런 고통을 받으면서 한량이 없는 때를 지나고야,
오차소지옥으로부터 나오는데,
다시 달아나면서 구원을 구하고 방을 구하고 섬을 구하고 의지할 곳을 구하고 숨을 곳을 구하고 보호받을 곳을 구하지만,
다시 와서 기아(飢餓)지옥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 지옥도 너비는 5백 유순이다.
죄인이 들어가면 그때 옥졸이 멀리서 그 사람이 밖에서 들어온 것을 보고 앞에 나아가 이렇게 묻는다.
‘너희들이 지금 이 안에 와서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그 중생들은 모두 함께 대답한다.
‘어진 이여,
우리들은 배가 고픕니다.’
그러면 옥졸은 죄인을 잡아다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뜨거운 쇠 땅 위에 짓두드려 붙박아 놓는다.
그때 죄인이 기절하여 누워 버리면 곧 쇠 재갈을 물려 그 입을 벌리고 뜨겁게 달아오른 쇳덩이를 입 속에 던져 넣는다.
그러면 그 사람의 입술과 입은 순식간에 타 버린다.
입술을 태운 뒤에 곧 그 혀를 태우고,
혀를 태운 뒤에 곧 그 턱을 태우고,
턱을 태운 뒤에 그 목구멍을 태우고,
목구멍을 태운 뒤에는 그 심장을 태우고,
심장을 태운 뒤에는 그 가슴을 태우고,
가슴을 태운 뒤에는 장을 태우고,
장을 태운 뒤에는 그 위를 태우며,
위를 태운 뒤에는 소장을 거쳐서 아래로 빠져 나온다.
그 쇳덩이는 몹시 뜨겁게 달아 있으며 여전히 시뻘건 모습은 처음 그대로와 같다.
그 중생들이 이때 엄청난 고초를 고루 받지만 목숨은 여전히 끝나지 않으니 …… (설명을 생략함) …… 사람이었거나 비인이면서 전에 지었을 것을 이렇게 차례로 이 지옥 속에서 갖가지로 고루 다 받는다.
비구들아,
그 중생들은 한량이 없는 세월 동안 이런 고통을 받은 뒤에 이 기아소지옥으로부터 나와 또다시 달아난다.
…… (앞에서와 같으므로 설명을 생략함) …… 구원받을 곳을 구하지만 그런 뒤에 초갈지옥으로 나아간다.
그 지옥도 너비가 5백 유순이다.
이 지옥에 들어가면 이때 옥졸이 멀리서 그 사람이 밖으로부터 오는 것을 보고 앞에 나와 묻는다.
‘너희들은 지금 무엇을 구하는가?’
죄인은 대답한다.
‘어진 이여,
우리는 지금 몹시 목이 마릅니다.’
그러면 이때 옥졸은 곧 죄인을 잡아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뜨거운 쇠 땅 위에 짓두드려 붙박아 놓는데,
죄인이 세찬 불꽃 속에서 기절해 누워 버리면 곧 쇠 재갈을 물려 그 입을 벌리고 녹인 빨간 구리즙을 그 입 안에 부으니,
그 중생들의 입술과 입은 바로 그때 모조리 타서 문드러진다.
입술과 입을 녹인 뒤에 다음에는 그 혀를 태우며,
이렇게 하여 턱을 태우고,
목구멍을 태우고,
심장을 태우고,
가슴을 태우고,
장을 태우고서 곧바로 소장을 지나서 아래로 나온다.
그 중생들은 각각 이때에 몹시 무거운 괴로움을 받고 아주 심한 아픔을 받으니 그 고통이 특이하기가 생각하거나 말하기조차 어려운 지경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목숨은 마치거나 다하지도 않으니 …… (앞에서와 같으므로 설명을 생략함) …… 사람이었거나 비인이면서 지었던 악업을 아직 없애지 못하고,
아직 여의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차례로 두루 갖추어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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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공양,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 mus0fl--Arthur H Et Le Bachibauzouk Band - Un Aveugle Au Volant.lrc
● 경전에서 제시하는 이상한 세계
현실에서 한 사람이 산을 하나 샀다고 가정하자.
그래서 등기를 마쳤다.
그래서 그 사람은 그 산에 과실수를 재배할 생각이다.
그런 가운데 산을 둘러본다.
그런데 그가 그렇게 그 산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던 말던 관계없이
또 다른 입장에서 산을 대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그 산에 살아가는 개미나 벌부터 그렇다.
나무를 하나보면 그 나무를 집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많은 곤충이 있다.
거미도 있고 이름 모르는 곤충들이 다 그렇게 각기 달리 여기고 이 산을 대한다.
그래서 이전 페이지에서 인과문제를 살필 때에도 이 문제를 보았다.
이 문제를 잘 해결하려면 사과를 손으로 붙잡고 눈으로 보면서
사과를 두드려 소리도 듣고
또 입으로 맛도 보고
또 손으로 촉감도 느끼는 가운데
자신이 대하는 사과의 본 정체가 무언가부터 잘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이 사과를 옆에 있는 영희나 철수에게 건내면서
영희나 철수는 또 어떻게 이를 대하는가를 함께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개미와 벌에게 이 사과를 건네서 자신의 보고를
그럴 듯하게 여기는가까지 검토해봐야 한다.
부처님이 제시하는 세계의 모습을 놓고
일반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정도 이와 사정이 비슷하다.
그래서 수행자는 수행과정에서
다양한 렌즈를 회득해야 한다.
이 렌즈에 따라서 얻는 내용이 달라진다.
현실에 가짜달 문제도 이와 비슷하다.
자신이 맨 눈으로 볼 때 달이라고 여겨지는 내용이 있다고 하자.
이것을 먼저 잘 붙잡아야 한다.
그런 가운데 돗수가 들어간 색안경을 하나 구한다.
그리고 이것을 썼다 벗었다 한다.
그런 가운데 색상이나 크기 모습이 달라지지 않는 달이 따로 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자신이 안경 하나 썼다 벗었다한다고 해서
크기나 색상이 달라진다면 그것을 진짜 달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이 진짜 달이라면 자신이 그런 초능력을 획득한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옆에 있는 철수나 영희에게 그 사정만 물어보아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그렇게 변하지 않는 달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자신이 평소 달이라고 육안으로 보고 대한 내용은 진짜 달이 아니다.
자신이 육안으로 그런 내용을 얻었을 뿐이다.
부처님이 별을 보고 깨달음을 얻을 때 상황도 이와 마찬가지다.
그 게송이 전한다.
...
▸ 별을 보고 깨닫게 되었지만
출처 『선문염송집』 1권(K1505 v46, p.4b21-b22)
참조 한국불교전서 『백운화상초록불초직지심체요절』 h0100
이런 게송이다.
결국 별이 별이 아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깨달은 뒤에는 별이 아니네.
사물을 뒤쫓지 않지만
무정(無情)은 아니네.
세존 견명성오도 게운
不逐於物 不是無情
불축어물 불시무정◂
...사물을 뒤쫓지 않지만
무정(無情)은 아니네.
세존 견명성오도 게운
’世尊 見明星悟道 偈云
因星見悟 悟罷非星
인성견오 오파비성因星見悟 悟罷非星
不逐於物 不是無情
불축어물 불시무정◂
출처 『선문염송집』 1권(K1505 v46, p.4b21-b22)
참조 한국불교전서 『백운화상초록불초직지심체요절』 h0100
이런 게송이다.
그런데 또 현실에서 그렇게 별이나 달을 보고
별이나 달로 여기고 살아간다.
그래서 개기 일식이나 개기 월식일도 제시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 렌즈를 달리하면 이 내용 자체가 달라진다는 사정을 이해해야 한다.
쉽게 말해 마술 거울의 방과 사정이 같다.
마술 거울의 방에 들어가 오목 거울이나 볼록 거울 등을 통해 자신을 본다고 하자.
어떤 거울을 놓고 대하는 가에 따라서
사람이 뚱뚱하게도 보이고 마르게도 보인다.
이 가운데 자신은 어떤 것이 표준이라고 여길 수는 있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올바른 내용이고 진짜모습인가는 의문이다.
단지 렌즈 따라 그 때 그 때 달리 보인다라고만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 감관을 아예 달리해서 각 내용을 비교해본다고 하자.
앞의 사과의 정체를 판단할 때도 사정이 같다.
그런데 각기 감관을 달리해 얻는 내용은 서로 대단히 엉뚱하다.
그래서 자신이 대하는 사과 하나의 정체를 판단할 때도 어려움이 많다.
그런데 이제 아예 그 현실 단면에 자신이 사과라고 여기는 내용 자체를
본래 얻을 수 없다는 사정까지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만 또 현실에서는 그런 사과의 모습이나 성품을 그렇게 얻는다고
망집을 일으켜 대하는 입장도 있다.
이 2 측면을 통한 2 중적 자세가 수행자에게 모두 필요하다.
한편으로로 깨달음을 구하고
또 한편으로는 중생제도를 위해 생사현실에 처해 중생과 눈높이를 맞추어 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수행자가 수행을 통해 갖춰야 할 렌즈에
육안, 천안, 혜안, 법안, 불안, 이런 5 개의 렌즈가 나열된다.
여기서 제시하는 이상한 세계의 내용도
그런 입장에서 잘 평가해야 한다.
자신의 육안만 고집한다면
당장 메뚜기만 만나도 설득력이 없다.
심지어 육안만 갖고 우물안에 의자를 마련해서
세계를 관찰하고자 하면 더 어려움이 많다.
그런 입장에서 경전에서 제시된 내용을 대하고 살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경전 내용이 현실에 맞지 않다고 배척하고
불신으로 대하기 쉽다.
그러면 이후 수행도 엉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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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og2441
◈Lab value 불기2564/1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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